한창 늦잠자기에 몰입해있던 터라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이었다. 간만에 일찍 일어나 출근러쉬에 가담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원무를 보는 데스크 담당자가 불손하기 이를데 없었던 것.
먼저 온 사람이 데스크에 문의를 하고 있는데 그 담당자가 대응하는 것이 시원찮다.
짜증섞인 말투와 인상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는데 그걸 지켜보던 나 역시 그 담당자가 비호감으로 느껴졌다. 물론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화이었다. 우유부단한 아주머니가 의사결정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린 듯 하니까. 그래도 예의 없다고 여겨질만큼 틱틱거리는 걸 보니 옛다, 괘씸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음 순번인 내게도 불친절은 이어졌는데, 회사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내게 의료비청구를 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이 담당자는 적반하장으로 내게 짜증을 내더라는 것.
어허,,,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당신 이름이 뭐냐고, 어떤 담당자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착오가 생겨 그런것이라며 다른 담당 과장이 사과를 해왔다. 기분이 언짢아 그렇게 되물은 것이라며 별일 아니라고 나도 대응했지만 그 되먹지 못한 담당자는 사과도 없이 '그럼 나한테 미리 말했어야지'라며 그 담당 원무과장에게 역정을 내더라는.
요는 그렇다. 검진을 받으면서 느낀 건데 다른 간호사분들은 모두 성실하고 친절하게 업무를 하고 계셨다. 문제는 또 그 병원에 한 명 있는 의사!
흥미로운 것은 그 의사의 생김새가 그 데스크에 앉아있는 업무담당자와 정말 닮아있었다는 것
-.,- 필시 일가친적일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 들었다.
숱한 신체검사, 건강검진 경험에도 그 의사처럼 "이름 맞나요?"로 시작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끝내는 사람은 없었다. 문진표에 다른 병력을 확인하는 란을 통상 의사가 하는 것일 텐데 이건뭐 대단히 꾸며놓은 진료실에서 의사놀이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의구심과 어이없음은 끝이없지만 프로의식 강해보이는 간호사들과 검진전문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했다.
괜찮은 사람들이 제법 세상에는 많은데 의사결정을 하고 뭔가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자본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다는 생각.
그래서 변화는 훨씬 더디 오고, 예의를 갖춘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상식적인 세상은 이상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황당하고 불쾌한 건강검진의 추억을 잊기로 한 것은 그만큼 나의 오지랖이 힘을 잃어서이기도 하지만, 제 역할을 아름답게 해 내는 이 땅의 많은 소시민적 가치를 알게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만큼 수준이하의 요직자들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 더디더라도 그 때는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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