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격하게 삶을 파고드는 비상식의 놀라움.

#1. 당분간 못 누릴지도 모르는 여유를 만끽하고자 남들 일하는 시간 커피숍에 한가로이 앉아 책도 보고 글도 쓰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탐스러운 우유거품이 든 라떼를 반 이상 마시고 짜릿하게 추운 바깥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따뜻한 공간에서 머쓱하게 바라보며 아주 소박한 행복감을 맛보고 있었던 것. 그러니까, 나는 빨간 스니커즈를 신고 이른아침 두꺼운 파카에 손을 쑤욱 내밀고 온통 바쁜 세상을 남일처럼 말갛게 바라보는 유치한 즐거움을 누리고자 오전 열한시쯤 커피숍에 들렀다.

#2. 전화 한통화. XX 치과인데요...(네?)&&사이트에 글쓰신거 있으신가요......(그런데요?- 왜 냉큼 이실직고했는지는 아직도 분하다.) 오해를 좀 풀어드리고 삭제를 좀 해달라고 전화드렸어요...blah,blah,,,(듣고 보니 오해라기 보다는 그쪽의 해명이었고 썩 이해되지도 않았지만 오해라고 하니 오해라고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누가 썼는지 여기저기 찾다가 그쪽 아이디로 검색을 해 보니까, 나이랑 성별이랑, '돌아다닌 사이트' 다 나오거든요? (헉. 이게 무슨 소리? 대체 내가 '돌아다닌 사이트'라니 ) 그러니까 제가 답변 달아놨으니까 보고 글 쓴거 삭제해주세요( 일단 확인해볼게요)

#3.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치과를 소개하는 사이트에 다른 사람들처럼 ....이러이러하니 참고하시라...라는 멘트를 달았을 뿐인데 나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한 후,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나서 내게 확인전화하여 삭제를 요청하는 발상이라니. 게다가 '돌아다닌 사이트랑 개인 정보 다 나온다'라는 말을 협박이라고 하는 건가?

#4. 개인정보가 나온 사이트는 해당 포털에 문의해 해결을 했고, 문제는 그 치과 담당 실장이라는 사람. 몇 번 다시 생각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오해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서로 공개적으로 수정하고 설득을 하면 될 것인데, 굳이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 놓고서는 내게 전화해 반협박성의 삭제요청을 하다니. ㅎㅎ

#5. 요청한대로 정말 그것이 오해라면 수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수정기능이 없어 삭제.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이런 문제해결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그네들의 발상이 참을 수 없었다. 좋은 말만 듣고 비판적이거나 객관적 정보에 대해서는 기어코 싹을 죽이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나는 이 일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를 게시판에 다시 올렸다.

#6. 저녁에 원장이 전화가 왔다. 결코 사과하지는 않고 '마음을 풀라'고 했다. 내가 토라진 줄 아는 것일가.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지. 개원한 지 얼마 안돼 소개글을 보고 사람이 많이 오는데 그런 것은 치명적이라나 뭐라나. 그런 하소연은 이 문제의 핵심이 아님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런식으로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얼마나 위험하고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는 것.

#7. 흥분이 몹시 되는 일이었지만,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고 스스로 거듭 생각해 본 결과, 상식적으로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추적하지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적인 의사소통방식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급 허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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